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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영화 "야당" : 정의를 설계한 자들의 게임

by 꿀쥬스 2025. 4.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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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2025)의 포스터

 

1. 정의와 범죄, 그 경계에 선 자들의 이야기

정의는 언제부터 위험한 도박이 되었을까요? 그리고 범죄는 언제부터 정의의 탈을 쓰게 되었을까요? 2025년 4월 16일 개봉한 영화 『야당』은 수사의 내부자가 된 남자와 그를 이용하는 권력, 그리고 이를 뒤쫓는 또 한 사람의 집념을 그린 범죄 오락 영화입니다. 이 작품은 단순한 형사극이 아닙니다. '야당'이라는 은어가 상징하는 것처럼, 이 영화는 표면의 정의와 그 이면의 조작, 진실과 기만이 교차하는 그 어딘가를 응시합니다. 장르의 외형을 갖추되, 그 안에서 끊임없이 "누가 옳은가?"가 아니라 "누가 설계했는가?"를 묻는 이 영화는, 범죄와 정치의 경계를 유영하는 독특한 리듬을 지닌 작품입니다.

 

 

2. 내부자, 도구, 그리고 설계자

(1) 야당이 된 남자, 시스템의 유령

야당, 시스템 속 유령 '야당'은 조직과 수사기관 사이에서 정보를 주고받는 내부자를 의미하는 은어입니다. 이강수는 자신의 형량을 줄이기 위해 스스로 야당이 되기를 택하고, 그 순간부터 그는 사람이 아닌 '기능'으로 존재합니다. 정보를 흘리는 사람인지, 설계한 사람인지가 불분명한 이 캐릭터는 영화 전반에 걸쳐 관객을 혼란스럽게 만듭니다. 이 인물의 정체성과 진의는 마지막까지도 명확히 규정되지 않습니다.

 

(2) 검사 구관희, 권력을 조율하는 설계자

구관희, 정의를 거래한 남자 검사 구관희는 야당을 활용해 실적을 쌓고 권력의 사다리를 오른 인물입니다. 그는 정의라는 단어를 말하지만, 사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명분과 위치입니다. 야당을 통해 만들어낸 질서는 그가 만든 연극일 뿐이고, 진짜 정의는 그가 외면한 곳에 있습니다. 영화는 관희의 야망이 어떻게 시스템을 설계하는지를 냉소적으로 비추며, 진짜 범죄가 누구의 것인지 되묻습니다.

 

(3) 오상재 형사, 믿음과 의심 사이의 균형자

오상재, 믿음을 잃지 않는 집념 형사 오상재는 무너진 정의의 감시자 역할을 자처합니다. 그는 야당의 존재로 인해 늘 수사에서 밀려나며, 진실보다 체계를 믿습니다. 이 인물은 야당과 구관희의 균열 사이에서 끈질기게 진실을 추적합니다. 하지만 영화는 그조차도 정의를 완전히 대표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드러내며, 관객으로 하여금 "정의는 어디 있는가"를 다시 묻게 만듭니다.

 

 

3. 장르의 규칙을 뒤흔드는 서사

(1) 반전의 의미를 다시 묻다

반전을 위한 반전이 아닌, 균열을 위한 전개 『야당』은 단순히 예측을 깨는 반전에 의존하지 않습니다. 반전이 등장할 때마다 인물의 성격과 구조가 바뀝니다. 누구나 믿고 있던 정의의 위치가 흔들리면서, 관객은 점점 기준을 잃고 서사의 균열 속으로 빠져듭니다. 이는 단순한 오락 이상의 몰입을 유도합니다.

 

(2) 세 인물, 세 개의 프레임

세 사람이 만든 세 개의 시선 이 영화는 세 인물의 시선이 번갈아 가며 중심이 됩니다. 이강수의 전략, 구관희의 계산, 오상재의 믿음은 각각의 프레임에서 전혀 다르게 보입니다. 그래서 같은 장면도 인물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며, 관객은 '진실' 대신에 '선택'의 의미에 집중하게 됩니다.

 

(3) 리얼리즘과 장르성의 이중 실험

리얼리즘과 장르성의 경계 실험 『야당』은 실제 수사 보도와 뉴스 속 현실을 연상케 하는 리얼리즘을 갖추면서도, 장르 영화가 지닌 쾌감과 속도감 또한 포기하지 않습니다. 이 두 요소는 충돌하지 않고 병치되며, 영화는 오락성과 현실성을 동시에 잡으려는 실험을 지속합니다. 이 균형이 바로 『야당』이 흔한 범죄 영화와 구분되는 지점입니다.

 

 

야당(2025)의 스틸컷

 

 

4. 퍼즐을 푸는 자, 결국 관객이다

『야당』은 장르 영화로서의 재미를 충분히 갖춘 작품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진짜 매력은, 스크린을 통해 보여주는 이야기보다도, 스크린 너머의 관객에게 남기는 찜찜함에 있습니다. 영화는 단 한 번도 정의가 무엇인지 명확히 설명하지 않지만, 인물들의 행동과 침묵, 그리고 배신을 통해 '진짜 범죄'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암시합니다. 끝난 줄 알았던 이야기의 마지막에서 또 다른 가능성을 떠올리게 하는 이 영화는, 보는 이로 하여금 단순한 소비자가 아닌 관찰자로 자리하게 만듭니다. 『야당』은 정의의 얼굴을 빌린 권력 게임의 설계도를 조용히 펼쳐 보이며, 관객 스스로가 그 퍼즐을 해석하도록 유도하는, 보기 드문 장르적 성찰의 결과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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