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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외모에 집착하는 사회를 그린 영화, 서브스턴스(THE SUBSTANCE)

by 꿀쥬스 2025. 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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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스턴스(THE SUBSTANCE, 2024)의 포스터

 

 

1. 우리는 왜 '젊음'에 집착할까요?

아름다움과 젊음을 유지하려는 욕망은 누구나 한 번쯤 품어본 적 있는 감정입니다. 그러나 그 욕망이 지나치게 강해진다면, 과연 어떤 결과를 낳게 될까요? 영화 『서브스턴스』는 바로 이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주인공 엘리자베스는 나이와 외모로 인해 사회에서 밀려난 뒤, '서브스턴스'라는 신비한 약물을 통해 젊음을 되찾고자 합니다. 이 결정은 그녀의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며, 자아의 분열과 정체성의 위기를 불러오게 됩니다. 이 작품은 단순한 공포나 스릴러의 형식을 넘어, 현대 사회가 강요하는 미의 기준과 외모지상주의를 날카롭게 비판합니다. 본 글에서는 영화의 줄거리와 인물, 상징적 요소, 그리고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를 중심으로 『서브스턴스』의 의미를 깊이 있게 살펴보겠습니다.

 

 

2. 이야기의 출발점 : 젊음을 향한 집착의 선택

『서브스턴스』는 '엘리자베스'라는 한 인물이 사회적 실패와 개인적 상실을 겪은 뒤, 젊음을 되찾기 위해 위험한 결정을 내리는 과정을 그립니다.

  • 해고의 현실: '엘리자베스'는 50대가 된 후 에어로빅 프로그램에서 해고당합니다. 젊음과 아름다움만을 가치로 삼는 업계는 그녀의 경력과 실력보다 외모를 우선시하며, 그녀를 냉정하게 밀어냅니다. 이 장면은 사회가 나이 듦을 어떻게 배제하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 약물 '서브스턴스'의 등장: '엘리자베스'는 실직과 무력감 속에서 우연히 '서브스턴스'라는 약물을 알게 됩니다. 이 약물은 젊음을 회복시켜 준다는 유혹적인 약속을 내세우며, '엘리자베스'의 마음속 욕망을 자극합니다. 그녀는 주저 끝에 약물을 복용하게 되고, 이로 인해 새로운 자아 '수'가 탄생합니다.
  • 이중 자아의 충돌: '수'는 젊고 매혹적인 외모를 지닌 또 다른 '엘리자베스'입니다. 그러나 두 자아는 동일한 몸을 공유하며 갈등을 겪습니다. '수'가 현실을 점점 장악해 가자, '엘리자베스'는 자신의 존재감을 상실해 가는 두려움에 사로잡힙니다. 영화는 이를 통해 자아와 정체성의 혼란, 사회적 억압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이처럼 영화는 젊음을 향한 선택이 단순한 회춘의 기쁨이 아니라, 파괴적이고 불가역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고합니다.

 

 

3. 인물의 얼굴 : 배우들의 깊이 있는 연기

영화 『서브스턴스』는 배우들의 열연이 작품의 긴장감과 몰입도를 극대화합니다. 두 주연 배우의 상반된 매력과 감정 표현이 영화의 핵심적 긴장감을 이끌어냅니다.

  • 엘리자베스 스파클(Elizabeth Sparkle) 역 – 데미 무어(Demi Moore) : '데미 무어(Demi Moore)'는 노화와 상실, 절망, 그리고 욕망을 동시에 품은 '엘리자베스'를 섬세하게 표현합니다. 자신의 자리를 빼앗기고, 젊음을 잃었다는 좌절감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젊음을 되찾으려는 절박함을 얼굴과 몸짓, 눈빛 하나하나에 담아냈습니다. 그녀의 연기는 인물의 심리적 깊이를 생생하게 전달하며 관객을 몰입시킵니다.
  • 수(Sue) 역 – 마가렛 퀄리(Margaret Qualley): '마가렛 퀄리(Margaret Qualley)'는 '수'라는 캐릭터를 통해 젊음과 아름다움의 매혹적 표면을 연기하면서도, 그 이면의 공허함과 불안을 섬세하게 드러냅니다. 표면적으로는 매혹적이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지만, 점차 내면에 자리 잡은 불안정함과 공격성이 드러나며 캐릭터에 입체감을 더합니다.
  • 연기의 시너지와 상호작용: '데미 무어'와 '마가렛 퀄리'의 연기는 단순히 각자의 역할에 그치지 않고, 서로의 에너지가 충돌하고 교차하는 장면에서 진가를 발휘합니다. 한 인물의 두 얼굴이 마주하며 느끼는 감정적 갈등과 복잡한 심리가 두 배우의 연기 합으로 설득력 있게 전달됩니다.

이처럼 두 배우의 연기는 영화의 테마와 메시지를 관객에게 더 깊이 체감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4. 아름다움 뒤의 공포를 마주하다

영화 『서브스턴스』는 공포영화의 형식을 빌려 외모지상주의와 젊음에 대한 사회적 압박을 깊이 있게 탐구합니다. 이 작품이 주는 감상 포인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 시각적 바디 호러(Body Horror)의 효과: 영화는 신체의 변형과 파괴 과정을 매우 직접적으로 묘사합니다. 단순히 무서운 이미지를 보여주려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움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을 해치고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 현실을 은유적으로 드러냅니다. 이러한 장면은 관객이 불편함을 느끼게 하지만, 동시에 그 불편함 속에 사회 비판적 메시지가 숨어 있음을 깨닫게 합니다.
  • 강렬한 색채와 상징의 활용: 영화 전반에 걸쳐 사용되는 색채는 단순한 미장센의 요소를 넘어 캐릭터의 심리와 상황을 상징합니다. 초록빛은 '엘리자베스'의 불안과 고립을, 분홍빛은 '수'의 젊고 매혹적인 외형을 나타냅니다. 색채는 관객이 인물의 감정을 시각적으로 해석할 수 있도록 돕고, 이야기의 비극성과 아이러니를 더욱 부각합니다.
  • 사회적 메시지의 울림: 영화는 아름다움과 젊음을 위해 치러야 하는 대가가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구조적 문제임을 지적합니다. '엘리자베스'의 선택은 극단적이지만, 그 배경에는 사회의 무언의 압력이 존재하며, 관객들은 이를 통해 자신의 삶과 주변을 돌아보게 됩니다. 결국 영화는 "우리는 왜 아름다움을 좇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집니다.

이처럼 『서브스턴스』는 단순한 공포와 충격을 넘어 사회 비판적 성찰을 담아내어, 관객에게 잔잔하면서도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서브스턴스(THE SUBSTANCE, 2024)의 스틸컷

 

 

5. 이토록 불편한 아름다움

불쾌합니다. 그러나 외면할 수 없습니다.
영화 『서브스턴스』는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아름다움'이라는 가치에 정면으로 질문을 던집니다. 그 질문은 예쁘지 않고, 절대 부드럽지 않으며, 오히려 껄끄럽고 날카롭게 다가옵니다. '데미 무어'가 연기한 '엘리자베스'는 사회가 강요한 기준에 끌려 스스로를 해체해 가며, '마가렛 퀄리'가 그려낸 '수'는 이상화된 젊음의 그늘을 상징합니다. 이 두 인물은 하나의 몸을 두고 충돌하면서 관객에게 묻습니다. "우리는 왜 이토록 외형에 매달리는가?"

이 영화는 공포영화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그 안에 담긴 핵심은 인간 정체성에 대한 철저한 해부입니다. '바디 호러(Body Horror)'라는 형식은 단순한 충격을 위한 수단이 아닌, 미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 강요되는 자기 파괴의 메타포로 기능합니다. 화면을 지배하는 색채, 변화하는 신체, 사라지는 자아의 경계는 모두 아름다움이 얼마나 위험한 무기가 될 수 있는지를 시각적으로 보여줍니다.

『서브스턴스』는 관객의 미적 인식을 흔들고, 그 흔들림 속에서 새로운 질문을 남깁니다. 영화는 끝났지만, 그 질문은 관객 각자의 일상으로 이어집니다. 거울 앞에 선 그 순간, 이 영화가 다시 떠오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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